2012년 1월 22일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진가
지난 13일 저녁, 이탈리아 지리오섬 부근 해상에서 호화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좌초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상자를 낸 그 배의 선장은 연안경비대로부터 선박으로 돌아가도록 재촉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몸 하나 살겠다고 승객들 보다 먼저 배에서 도망쳐 섬으로 대피했다가 큰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사건을 대하면서 2007년 97세의 나이로 하늘나라에 가신 ‘한국판 쉰들러’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브레이즈델 목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중령님, 안됩니다. 부모도 버리고 간 애들을 이 난리 통에 어떡하시려고......” “그렇다고 곧 포탄으로 불바다가 될 이곳에 내버려두란 말인가?” 1950년 12월 하순, 퇴각한 인민군이 중공군의 도움으로 다시 남하한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서울은 피란 행렬로 어수선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 제5공군 군목 러셀 브레이즈델 중령은 새벽마다 트럭을 몰고 거리에 나가 오갈 데 없는 전쟁고아들을 수십 명씩 태워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종로의 한 초등학교 건물에 수용된 아이들이 순식간에 1,000여명을 헤아렸고 이제는 제주도로 피란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당시 이기붕 서울시장으로부터 인천항에 배를 대기시켜 놓겠다는 약속을 받고 트럭으로 아이들을 10차례 인천으로 실어 날랐지만, 대기 중인 배는 시멘트를 가득 실은 낡은 것이어서 아이들을 태우기가 불가능했습니다.
브레이즈델 중령은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서울에 주둔 중인 미 공군본부로 갔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로러스 준장에게 처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준장은 “현재 임무가 주어지지 않은 C-54 비행단이 있으니 아이들을 김포 비행기지까지 데려 오기만 하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천항에서 하역 중이던 해군 군용트럭 14대를 장교 휘장을 보여주며 강제로 빼앗아 아이들을 나눠 싣고 미친 듯이 김포로 달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1,000여명의 고아들은 16대의 비행기에 나눠 실려 천신만고 끝에 제주도에 안착했습니다.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부탁으로 사회사업가 황온순 씨가 넘겨받아 한국보육원을 세워 보살피게 됩니다. 브레이즈델 중령은 5개월 뒤 일본 사령부로 발령 받아 떠났는데, 52년 일본에서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계속 제주도의 아이들을 찾아 왔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아이들을 떠날 생각은 결코 해 본 적이 없다. 고아 수송 작전은 용기가 아니라 책임이었다.”
진정한 리더십의 진가는 절대 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이웃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결정적일 때 손해 보지 않으려는데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자신부터 챙기기에 급하거나 아니면 남의 탓으로 흥분하는, 비신앙인들보다도 못한 교회의 사람들을 아무도 존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향기는커녕 오히려 거부감까지 주게 되는 것입니다.
어마어마하게 떨어지는 폭포는 물의 입장에서 보면 절망이요 죽음입니다. 그러나 낙차가 크면 클수록 엄청난 자연의 스펙터클이 펼쳐지고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창출되면서 물은 더욱 찬란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저희들은 중남미 총회의 선교사님들 가족을 초청하여 회복과 은혜의 시간을 만들어 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때는 마치 폭포의 낙차가 더 커진 듯 위기감도 있겠지만, 조그만 희생들이라도 하나로 모아지면 오히려 답답한 마음의 물꼬가 트이는 폭포수 같은 능력과 은혜가 임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모든 구역들과 기관들이 그리스도의 생명력으로 넘쳐나서 깊은 감동과 풍성한 열매를 얻게 되는 기회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