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
결연한 마음으로 휴가를 다녀오겠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담임목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알리자면, 최근 들어 교회에서 밤을 새우거나 외부에서 잠을 자는 날이 집에서 잠을 자는 날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집에서 잠을 자도 거의 밤 12시가 되어서야 설교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가 새벽 4시 이전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교회에서 회의가 있거나 주일을 준비하는 토요일에는 두 세 시간조차도 누워보지 못하게 됩니다. 낮 시간에도 교회 일이나 설교 준비뿐만이 아니라 베데스다 대학의 일과 남가주 기독교 교회 협의회의 일과 지방회, 총회의 일까지, 계속하여 전화와 메일로 큰 산과 같은 문제가 다가오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물론 넘치는 은혜를 받은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하나님께 몸으로라도 열심히 충성해야 하지만, 최근에는 육신을 잘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설교 준비를 하며 거뜬하게 밤을 새웠는데, 이제는 나도 모르게 엎어져 있는 제 모습을 보며 놀라게 됩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주신 건강 하나 만큼은 남다르다고 자신했었는데, 최근에는 이 자신감이 무색하리만치 자주 아픈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한폭탄이 터지면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파편이 먼저 꽂히는 것이라고 했는데,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저를 만나는 여러 분들에게서 건강을 염려하는 말씀을 부쩍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급기야는 얼마 전 제 설교 모습을 영상으로 보신 한국의 어머니로부터 활기와 기쁨과 밝음이 없어 보이는 형편없는 설교자의 모습이라는 큰 꾸지람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전화상으로는 주어진 일이 많아서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면서도, 뭔가 부족한 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도 질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되어지는 모든 상황 속에서 결단을 내려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지금 저의 휴가를 멋지게 포장하려고 이런 말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휴가를 가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금의 제 자신을 향해 다짐하는 것입니다.
휴식은 창조의 질서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천지 창조 후 안식하셨고, 지음 받은 첫 사람 아담의 시작은 바로 안식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땅도 6년은 경작을 하고, 1년은 “쉬게 하라”는 안식년을 명령 하셨습니다. 그래서 안식과 쉼의 생활법칙을 지키지 않으면, 누구에게든지 ‘적신호’가 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명을 따라 열심히 일 하시면서도 식사할 틈도 없이 동분서주한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와서 잠깐 쉬라”(막6:31)고 하셨습니다. 반대로 원수마귀는 우리가 안식 없이 일하다가 피곤과 과로로 쓰러지기를 바랍니다.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질병과 사망률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이유도, 과도한 경쟁, 물질에 대한 욕심, 명예욕, 비교의식, 성취감과 만족감, 인기 등과 같은 심리적 자극의 욕망이 더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로하게 만들고 결국 피로가 축적되는 상태를 기다리고 있다가 멸망의 역사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 쉴 줄을 모릅니다. 한마디로 ‘휴식의 문화’의 부재입니다. 지금 제가 사실 휴식에 스트레스를 받는 심각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이제 휴식도 사역으로 생각하고 제 자신을 바르게 정비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사역을 감당하면서 활기와 기쁨과 밝음이 넘쳐나는 목자가 되도록 정신을 차리겠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하신 장로님들과 모든 성도님들께 감사하고, 지금 저보다 더 힘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제가 좋은 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으로 잘 쉬겠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