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4일
사랑하는 어머니
밤 12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전장의 장수가 대적을 향해 단호하게 호령을 하듯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대적하는 카랑카랑한 기도 소리가 방문을 넘어 온 집안에 꽉 차게 들립니다. 바로 그 기도 소리가 걸음도 제대로 걷기 힘들어 하는 91세 할머니의 소리이기에, 오히려 불편한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믿음과 소망의 크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자식들을 사랑하는 간절한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진 기도이기에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과 같은가 봅니다.
대부도의 조용한 시골집에서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와 긴(?) 며칠을 함께 지냈습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시고 나서 어머니가 대부도로 집을 지어 이사를 가신 2001년 후로는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지내본 적이 없었는데, 참으로 귀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빛이 집안 가득히 채워지는 대부도의 시골집은 나무 잎사귀 하나 꽃 한 그루에도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꾸어진 정원이 아담하게 어울리는 작은 천국 같은 공간입니다.
물론 몸의 거동이 불편하여 걸음도 많이 걷지 못하시는 어머니와 60중반이 되신 중증 장애인 큰 누나, 두 분이 지내는 집이기에 구석구석 먼지가 감추어져 있고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집안일은 잘되지 않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도와 감사가 충만하고 부지런하신 어머니와 큰누나의 손길이 가득 묻어 있는 포근한 곳입니다.
이번에는 어머니와 큰 누나와 함께 하기로 작심한 여행이었기에 아내의 힘을 빌려 집안 구석구석 먼지들을 다 치웠습니다. 몇 년 쌓인 듯한 묶은 때도 땀을 뻘뻘 흘리며 닦아 내었습니다. 어머니가 시키는 정원 나무들의 가지를 치고 흙을 파기도 했습니다. 차가 없으면 물건을 사오기 어렵기에 렌트카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시화 방조제의 긴 제방도로를 넘나들며 낯선 가게들을 찾아서 필요한 것들을 사다 날랐습니다. 목도리와 모자 등으로 완전무장(?)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추위를 뚫고 오랜만에 외식을 하며 생신을 기념하여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옛 추억을 따라 아버님이 오랜 기간 근무 하셨던 수원 농촌진흥청 근처의 오래되고 유명한 수원 갈비집을 찾아 갔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이상을 달려 찾아간 곳에서 아버님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그리며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날은 신바람이 나신 어머니를 부축하여 함께 우체국도 가고 슈퍼도 갔습니다.
사실 교회와 사역에 온통 매달려 있던 저에게는 부끄럽지만 어느 것 하나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미국에서 온 막내아들 목사라고 인사를 시키시는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은 커질 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곁에 두고 싶은 막내아들과 며느리를 향해 너희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말씀을 반복하시며 당신의 약해지려는 인간적인 마음을 추스르시려는 간절한 의지를 느낄 때면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위해 영원한 천국까지 예비하신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힘은 훨씬 큰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영생을 주신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삶은 모든 연약함을 이기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기도할 때, 예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차오릅니다. 예수님은 밖에서 어머니가 부르신다고 말하는 둘러선 무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답하시되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둘러 앉은 자들을 보시며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막3:33-35)
이제 미국에 도착하면 에녹회의 헌신예배를 하나님께 드립니다. 많은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성도님들의 믿음에 마음 깊은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샬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