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6일
다시 시작하기
어느덧 6월 중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새해를 새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았던 기억을 뒤로하고 한 해의 반이 훌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잊었던 것들, 포기했던 것들, 실패하고 있는 것들 속에서 자신을 추슬러 ‘다시 시작하기’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과 함께 최근에 다시 읽은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집에 나오는 ‘다시 시작하기’ 라는 글이 마음속에 깊이 떠올라 써봅니다.
장영희 교수는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쓰지 못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고 차별의 고통들을 극복하며 미국 유학까지 올라 영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2009년 암으로 사망한 분입니다. 그녀는 1984년 여름 뉴욕 주의 주도 올버니에 있는 뉴욕 주립대학에서 6년간의 어려운 유학 생활을 이겨내며 학위 논문의 심사만 남겨 놓은 채 행복한 결말을 꿈꾸고 있을 때 LA에 살던 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차피 곧 한국으로 떠날 것이므로 기숙사 방을 비우고 LA 로 가서 언니와 함께 있다가 논문 심사 날짜에 맞춰 돌아오기로 하고 갔는데, 그러나 LA에 도착하자마자 언니는 한국에 가서 쉬었다 오기로 결정하고 서울로 떠났고, 같은 날 장영희 교수는 다시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공항까지 마중 나온 친구 집에 들러 차 한 잔 마시고 가기로 하고 차에서 내린지 10분 쯤 되었을 때, 도둑이 차 트렁크를 열고 짐 꾸러미를 몽땅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녀는 가방과 함께 잃어버린 논문으로 그 자리에서 기절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논문의 모든 작업을 전동 타자기로 해결했고, 또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논문 초고들까지 이미 다 버리고 떠난 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찌어찌 기숙사로 돌아와서 방문을 잠그고 전화도 받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꼬박 사흘 밤낮을 그냥 넋이 나간 채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목발을 짚고 눈비를 맞으며 힘겹게 도서관에 다니던 일,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 꼼짝 않고 책을 읽으며 지새웠던 밤들이 너무나 허무해 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섯째쯤 되는 날, 참으로 신기하게도 마음속 깊숙이에서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껏해야 논문인데 뭐. 그래, 살아 있잖아.... 논문 따위쯤이야.’ 희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 많은 은혜를 입으며 그녀는 논문을 다시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5년이 흐른 뒤 ‘다시 일어서기’란 글을 쓴 장영희 교수는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가슴이 내려앉을 정도로 힘든 경험이었지만,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서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바로 그 논문의 첫 페이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내 논문 원고를 훔쳐 가서 내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도둑에게 감사합니다.’
십자가에서 우리를 구원해주신 구세주 예수님은 우리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해주셨습니다. 또 보혜사로 나를 도와주시려고 내 곁에 계시는 성령님을 믿는다면 우리는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보다, 대적보다 크신 하나님은 하실 수 있습니다. 2019년의 반을 지나는 지금, 잊어버리고 포기하고 넘어졌던 그 일로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배우는 은혜가 꼭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샬롬!
